▲ 한윤수 목사
10개 국어로 번역한 전단지를 외국인들에게 나눠준다. 우리 센터가 무엇을 도와주는지 알리기 위해서다. 방긋 웃으며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하며 전단지를 건네면, 대부분 외국인들도 웃으며 “태국 사람!” 하는 식으로 받는다.

하지만 가끔 실수할 때가 있다.
한국 사람을 외국인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이럴 때 반응은 두 가지다. 대개는 “나 한국 사람이에요” 하며 웃지만, “내가 외국 사람처럼 보여요?” 하며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화를 낼 확률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고, 웃을 확률은 젊을수록 높다. 하여간 젊은이들은 일단 웃고 본다.

진짜 재미있는 사람은 외국인인 척 시치미를 뚝 떼는 이다. 날씬한 체격에 쌍꺼풀 진 눈이 생글생글 웃으며 “
방글라데시!” 하는 바람에 우리 모두가 속아 넘어간 적이 있다. 이 사람은 센터 사무실에까지 따라 들어오고 나서야 한국인임을 밝혔다. 덕분에 우리는 허리가 꺾어지도록 웃었는데, 그이가 발안의 자원봉사자 1호인 송선영씨다. 지역 해병전우회장을 지낸 그는 활동가인 데다가 재능이 많아서 센터에 수시로 도움을 준다.

며칠 전 이른 아침이다. 교묘한 이유를 붙여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단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문제 회사의 간부들이 느닷없이 센터를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다. 원거리에서 출근하는 직원들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급한 김에 송 선생에게 전화해서 자리를 지켜 달라고 부탁했다. “알았어요.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는 거죠?”

“그럼요!”

영화 대부처럼, 그가 무게를 잡고 자리를 지켜준 덕분에 협상은 유리하게 끝났다.

자원봉사자는 앉아만 있어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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