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수 4
▲ 한윤수 목사·화성외 노동자센터 대표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날의 이야기. 한국 사람들은 사라졌고, 태국 노동자들은 해방감에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기숙사에 남은 한국인은 고성방가가 이웃에 폐가 된다고 생각했다.
“좀 조용히 해!” 하지만 태국인들은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한국인은 속이 끓었고 연휴가 끝나자마자 사장님에게 보고했다. 사장님은 출근부로 책상을 내리치며 야단쳤다. “다 나가! 태국 사람 필요 없어.”
사장님은 버릇을 고치려고 짐짓 나가라고 한 것이지만, 태국인들은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이라, 몽땅 짐을 싸가지고 회사를 나와버렸다. 7명 전원이! 그들은 다음날 당당히 고용지원센터에 가서 회사를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공무원의 대답은 냉정했다.
“사장님 사인 받아와요! 안 그러면 못 옮겨.” 직장 이동은커녕, 자칫하면 불법체류자가 될 판이었다. 그제야 7인은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회사에 전화했다. 사장님은 화가 잔뜩 나 있었다. “공장이 마비됐어요. 이젠 끝입니다.”
방법이 없었다. 사장님에게 가서 무조건 빌라고 했다. 태국인들은 벌벌 떨었다.
“목사님, 무서워요. 안 잡혀가요?”
“괜찮아!”
그들은 다 죽어가는 얼굴로 회사로 향했다. 한나절이 지나서 그들 일부가 돌아왔다.
“사장님이 세 명은 일하고요, 네 명은 회사 밖에서 대기하래요.” 미운 털이 박힌 넷은 회사에서 무단이탈 신고를 할까 봐 숨도 크게 못 쉬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불안한 날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기도했다. 닷새 후 사장님이 사업장 변경 신청서에 사인을 해주었고, 그들은 무사히 직장을 옮겼다.
